구정 지나고 집사람 친구가 집에 놀러를 왔었다. 집사람과 친구인 이 사람은 나와도 20여 년이 넘게 알고 지내는 사이로 서로
의 가정사에 대해서도 잘 아는 사이다. 본인은 집안의 장녀로 어머니는 결혼하지 않은 남동생과 같이 사는데 사는 형편이 어렵
고 본인도 사는 형편이 어렵다.
나는 부모님이 이미 다 돌아가셔서 이런 걱정은 없지만 이 사람에게는 치매가 걸린 95세가 넘는 모친이 대구에 살고 계시기 때
문에 수시로 대구에 다녀오곤 한다. 다녀오면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것이 힘든 것에 대해서 푸념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의 부모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런 부분은 의견교환을 한다고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답답하니 나에게 하소연을 하
는 셈이다. 국가에서 보조를 받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본인이나 형제들도 사는 것이 어려워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경
제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고 한다.
그도 어떤 도움을 바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답답하니 가까운 우리에게 하소연을 하므로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구정에 친정인 대구에 가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또 모시고 왔다고 한다.
또 라고 하는 말을 보아 아마도 집에 있다가 집에서 감당이 안되면 요양원에 있다가 하는 모양이다.
이번에 모신 이유는 집에 있으면서 어머니가 식사 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요양원에 모셨다고 한다. 요양원에서는 강제로라
도 식사를 하도록 한다고 하며 그렇게라도 해야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 것이 잘한 일
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본인도 요양원이 어떤 곳인가를 알기 때문에 치매 걸린 노인들이 그곳에 가면 어떤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그 선택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이 어머니의 입장에 있다면 당신은 요양원을 가겠는가 아니면 식사를 못하다가 그냥 죽겠
는가 하고...
그랬더니 자기라면 요양원을 가지 않고 그냥 집에서 죽는 것을 택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면 왜 어머니는 요양원으로 모셨
는가 하고 물었더니 부모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 아니다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가는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선택에 대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태여 현명한 선택이 어떤 것인가 하고 묻는 것에 답을 해야 한다면 자신이 그 상황이었을 때 선택해야 할 것을 선
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요양원을 보내기로 결정을 하기 전에 나에게 물어보았다면 요양원을 보내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현명한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대답을 하였을 것이다. 나는 요양원을 가지 않는 것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그 이유로는 이미 치매를 몇 년 앓아 왔었고 나이도 90대 중반이 넘었으며, 살 만큼 살았기 때문에 더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생명이 연장되면 연장될수록 본인도 고통스럽고(의식이 없으니 모를 수도 있겠지만) 자녀들도 고통스러우며 국가에
도 부담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본인과 자녀들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므로 요양원으로 가서 생명을 연장하
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요즈음은 수명이 길어지다가 보니 70~80대의 노인들이 100세에 가까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경우가 많아져서 위의 상황처럼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를 마주할 경우가 많게 된다. 예를 들면 90이 넘은 부모에게 수명을 연장하는 수술을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
어떤 경우라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겠지만 살아가면서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서 나를대로의 기준을 세워두면 실제로 그 일이 나에게 닥쳤을 때 고민을 덜하게 되고 우왕좌왕하는 시
간을 줄이게 된다.
이미 고민을 통해서 해법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반드시 일어날 일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일어날지를 모르기 때문에 가
장 불안한 것이 있다. 다가오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서이다.
우리 나이 정도 되면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고 자신의 마지막을 평안하고 안락하며 존엄을 상하지 않고 마
치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망일 뿐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지는 모른다. 누구나 생각하기를 가장 최악의 경우가 치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찌 알겠는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그랬을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준비를 하는 사람일 것이다. 치매에 걸린 이후에는
이미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정신이 온전할 때 최악의 경우와
더불어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위의 사건과 관련하여 이별이 아쉽다고 하여 치매로 이성이 상실된 부모의 삶을 연장 시키는 것이 과연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부모를 힘들게 하고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해 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부모의 입장이라
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은 두렵고 아쉬운 마음 아픈 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떠나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그 일은 반
드시 일어나게 되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은 일이 아니다. 그 이별을 조금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이별이 조금
더 연장될 뿐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기가 다가 오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겸허히 보내드리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생각
을 했더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하다가 말았기 때문이다.
소위 깨달은 자들은 삶과 죽음이 다름이 아니고 하나라고 말을 하는데 과연 그 말이 맞다면 죽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치매에 걸린 부모를 다시 요요양원에 보내서 욕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죽은 뒤에 윤회를
하거나 부활을 하는 것이 맞다면 무의미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윤회나 부활을 지연시키는 것이 되므로 종교의 교리에도 맞
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위배하는 것이 되는 것이 되고 만다.
100세에 가까운 노부모가 살아계신 분들이나 곧 그런 모습이 되어가는 나이에 있는 우리들로서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
각해 보고 반드시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어 놓아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이 자식에게 누가 되지 않는 인생의 마지막이 되기를 원한다면 현재 그 부모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가난한 자식들이 자신의 삶을 갈아 넣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목숨을 연장시키기를 원하겠는가....
죽는 것이 또 다른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면....
이별을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고 너무 죄송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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