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緣坐)는 범죄인과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것이고, 연좌(連坐)는 친족관계 이외의 관계에 있는
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연좌제라고 할 때는 전자를 말한다.(백과사전)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연좌제는 전자인데 이 연좌제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관행이기 때문에 1980년
헌법 제12조 3항을 통해 연좌제가 폐지 되었다. 연좌제가 폐지된 배경은 6.25사변에 북한군과 북한 정권에 부역(附逆)한 가족
들과 친척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연좌제를 적용하게 되면 가족이나 친족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하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 예방을 하는 효과도 있
지만 가족구성원 한 사람의 잘못에게 가족전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경시대에는 가족들이나 친척들이 씨족이라는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 살았기 때문에 범죄의 예방이 가능할 수도 있었으나 산
업여건의 변화로 인하여 씨족이나 가족의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해체되게 되면 설령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같이 살지 못하게 된
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구성원이나 친족의 구성원의 잘못을 같이 살지도 않는 사람에게 공동으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부당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 같은 사이에는 부모가 자식의 성장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녀의 잘못에 대해서는 연좌의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그마저도 금지를 시켰다.
설령 같이 사는 자녀가 잘못을 저질러도 부모에게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데 합리적 관점으로 본다면 지녀를 잘못키운 책
임을 지게 하는 것이 맞지만 도덕적인 책임 말고는 없는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사회)에서는 연좌(緣坐)에 대한 책임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연좌(連坐)에 대한 책임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조직의 구성원이 잘못을 하면 그 조직의 수장(首長)에게 책
임을 묻는 경우이다. 재벌의 회장이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더라도 대국민 사과를 한다거나 장관이나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본
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조직의 구성원이 잘못했을 때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조직의 장이 어떻게 조직의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좌(連坐)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니 사실은 불합리한 셈이다.
연좌의 책임을 묻게 되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게 되는가 하면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잘못이나 심지어는 범죄 같은 것을 외부
에 노출하려 하지 않게 되고 잘못을 감출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직접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의 관리태만으로 조직 구성원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직접 책임이 있는 자와 당사자
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수장을 비롯하여 그 라인에 있는 전체에게 책임을 묻고 심지어는 조
직 전체가 그로 인해서 매도를 당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곳이 가장 심한 곳이 군대(軍隊)로 군대를 다녀 온 사람은 알겠지만 지휘(指揮)책임이라고 하여 어떤 사단에서 총기사고라
도 나면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까지 책임을 지게 하는 경우이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문제가 발생한 곳의 지휘
관들은 곧바로 인사문책을 당하게 되는데, 진급에 누락이 되거나 좌천 심지어는 강제 전역까지 당하게 된다.
군대의 규율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휘책임을 묻게 하였겠지만 이런 제도는 현실과도 맞지 않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도 맞지
않는 잘못된 제도(관행)일 수밖에 없다. 연좌(緣坐)제도 없어진 마당에 가장 엄격한 연좌(連坐)의 책임인 지휘책임을 묻게 한다
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지휘책임을 묻게 되면 그 조직의 지휘관들은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조직에서 일어난 일들을 감출 수밖에 없다. 진급(進級)
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군인들에게 진급에서 누락이나 밀리게 되는 인사(人事)의 불이익을 당하는데 누가 외부에 사고나 범
죄행위를 노출 시키고 싶겠는가?
이번에 성폭행을 당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중사의 사건을 보더라도 그렇다. 성폭행을 한 사람은 같은 부대원의 상급자로
개인의 범죄행위이다. 그러므로 지휘책임이라는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았더라면 조직에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 중사는 극단적 선택인 자살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으면 되기 때
문이다.
그렇지만 지휘책임을 묻기 때문에 조직 전체에서 성폭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게 된 것이다.
성폭행 사건의 축소 은폐가 자살로 이어진 이 사건을 비호(庇護)하려는 것은 아니고 왜 이런 사건이 군 내부에서 발생할 수밖
에 없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극단적인 연좌라고 할 수 있는 지휘책임에 대한 것이 없어지거나 완화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
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군대라는 조직의 문제도 아닌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서 보여지는 것만을 보고 마는데 그렇게 해서는 그런 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원
천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그런 사건이나 사안이 재발되지 않도로 하기 위해서는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원인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맞는 것
이다.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은 운전자의 부주의보다는 도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경우와 같은 경우
이다.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도로를 고치지 않으면 운전가가 아무리 주의를 하더라도 그곳은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군대조직도 소위 신세대(新世代)들이 이끌어 가고 있고 구성원들도 개인주의 성향들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그에
맞게 제도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나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군대가 운영된다면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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