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인지 아닌지 그리고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읽었는는 모르지만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다.
경상도 안동지방에 사는 선비가 어디를 다녀오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에 들게 되었다.
하루 밤을 묵기 위해서 방을 잡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보니 자신과 같이 그 주막에 숙박을 하고 있는 한 선비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맞아서 밤새 술을 마시게 되었다.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정신이 없어서 자기 방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새벽에 잠을 깨어보니 자기 옆에 어떤 여인이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그 여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여인이 울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어제 저녁에 선비님과 술을 같이 먹은 그 선비는 자신의 오라버니인데 이제 그 오라버니는 자신을 여기에 남겨 두고 가 버렸다고 하면서, 선비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자신은 양반집의 딸로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청상과부가 되어 친정에 와 있게 되었는데 혼자 늙어 죽어야 하는 동생을 불쌍히 여겨 자신과 함께 이 주막에 묵으면서 여기에 묵는 선비들을 눈여겨보고 자기를 맡겨도 좋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선비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동생을 맡겨도 좋다는 판단이 되어 맡겨 버리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신이 선비에게 버림을 받게 되면 자기는 여기에서 자진(自盡)을 할 수밖에 없으니 처분만 기다린다고 하였다.
선비는 이미 결혼하여 호랑이 같은 마누라가 있는지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나 몰라라 하면 그 여인이 자진 할 것이 분명한지라 어쩔 수 없이 그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고을의 주막에 그 여자를 머물게 하고는 친구들을 불렀다.
여차저차하여 이차저차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하고 도움을 청했다.
친구들이 생각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 무서운 마누라도 그렇지만 먼저 더 무서운 선비의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었다.
그래서 의견을 모아 친구들이 도아 주기로 하고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가서 친구들이 선비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어떤 선비가 주막에 묵게 되었는데 어떤 선비와 의기가 투합해서 밤새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어 깨어보니 어떤 여자가 있어서 여자에게 물어본즉 청상과부로 늙는 동생이 불쌍해서 오빠가 그렇게 하였다는데 아버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고 묻자 선비의 아버지가
그것도 인연인데 당연히 사람을 데리고 살아야지 불쌍한 사람을 죽게 한다면 어찌 남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라고 하였다.
그러자 친구들이 사실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고 아들이 지금 겪은 이야기라고 하며 그 여자가 동네 앞 주막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아버지가 불호령을 내리면서 친구들을 다 쫓아 버리고 아들에게
나이도 어린 놈이 벌써 첩질이나 하니 인간이 되기는 글러 먹었으니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며 종들에게 빨리 작두를 대령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그리고 아들을 마당에 엎드리게 하고 작두로 목을 자르라고 하니 집안에 난리가 났다.
아들의 어머니와 호랑이 같은 며느리가 기절초풍하여 남편과 시아버지 앞에 같이 없드려 아들과 남편을 살려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러나 들은 척도 않고 하인들에게 빨리 작두를 밟으라고 하니 하인들이 작두를 밟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또 손이 발이 되도록 어머니와 며느리가 빌자 아버지가 말하길
내가 며느리 성질을 아는데 지금은 너가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지만 나중에 틀림없이 집안이 조용할 리가 없으니 아예 처음부터 이런 분란은 없애야 하니 안된다고 하였다.
그러자 며느리가 어떠한 경우에도 시샘을 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맹세를 하고 시아버지는 몇 번이나 다짐을 받고 나서야 못이기는 체하고 아들을 풀어 주었다.
그래서 호랑이 같은 마누라는 자신이 다짐한 내용이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선비는 주막에 있던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참으로 지혜로운 아버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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