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을 위한 글

외롭게 혼자 살다가 밤에 갑자기 돌아가신 분의 자식에게 대뜸 ‘다행’이라니....

뿅망치 2022. 9. 28. 00:04

 

엊그제 부고를 받았는데(전화로) 집사람의 지인 부친(90세가 넘었다고 한다)이 고향에서 밤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전화이다.

전화를 받자 집사람이 대뜸 한다는 말이 ‘다행이다’ 라는 말이다.

 

내용인 즉슨.....

 

딸만 여섯인 집안에서 딸들이 다 결혼을 하고 두 부부가 살다가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편이 혼자 오래도록 살았다고 한

다. 딸들이 다 출가를 한 상태이니 딸네 집에 가서 살 수도 없고 요양원을 갈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근처에 있는 딸이 돌보면서

살았는데,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연락이 와서 외손자가 들여다 보았는데 외손자가 들여다보는 사이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임종

을 외손자가 지켰으니 고독사는 아닌 셈이다.

 

집사람이 다행이라고 한 의미는 밤새 안녕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그것을 다행이라고 한 것으로, 치매나 병이 들어도 죽지도 못

하고 본인도 고통 속에서 의미 없이 살아갈 뿐만 아니라 가족들 또한 고통을 당하는 것을 우리의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태어날 때는 한 사람씩 태어나고 죽을 때도 혼자서 죽어가게 되는 것이 사람 뿐만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의 운명이다.

사람은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부모와 부부 자녀와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나죽을 때가 되면 결국 혼자 남게 된다.

그러므로 집에 있거나 병원에 있거나 결국은 혼자 있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 운명이고 숙명이다. 옛날에 순장(殉葬)제도가

있었을 때도 묻히는 것만 같이 묻혔지 죽는 순간은 혼자였을 것이 아닌가.....

 

매스컴에 고독사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사회문제로 인식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회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이 오래 삶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현상인 것이다.

언제까지 사는 것이 적당히라는 것이 얼마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 존재할 의미가 없어지면 사라지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더 나아가서는 사회나 국가 더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의미가 없이 하

루를 더 살아 있으면 그만큼 자원(資源)을 소비하게 되고 그만큼 자연을 오염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존재의 사명을 다하게 되면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 사멸해 가지만 인간만은 유일하게 자연의 법

칙을 거스르고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 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오염의 문제, 주거공간 부족의 문제, 세대간의 갈등문제, 젊은 세대들이 나이는 세대들을 부양해야 하는 문제... 등 등 등

지금도 우리나라의 예를 들더라도 의료보험료의 절반이상이 노인들의 치료비의와 요양보호비로 사용되고 있는 중이며, 그리

멀지 않은 기간 안에 이 의료보험기금도 고갈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이 죽지 않는 문제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에는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이었고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 때도 있었지만 백세시대를 맞이하면서 당자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

들까지도 부모들이 100세 120세 까지 사는 것이 두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혼자 남는 시기가 올 것이고 혼자 남아서 1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모르는 기간을 혼

자서 살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치매나 질병이 없이 건강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걱정이 되거나 겁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

다.

 

그래서 우리보다 20년 먼저 고령화 사회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고통속에 혼자 살다가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험한 절에 가

서 불공을 드리는 여행상품이 인기인 적이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나라현의 기치덴지(吉田寺)와 나가노현 사쿠시에 있는 야쿠시지(藥師寺)에 영험이 있다는 절로 밤에 자다가 덜컥 죽게 해 달라

는 기도를 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이 있어서 전국의 할머니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모여들었다고 한다.

미련하다고 치부를 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들은 절박하니 그런 기도로 위안을 받고 싶었을 것 아닌가....

 

우리나라도 이제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오래 살게 되다가 보니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하면 치매나 질병으

로 고통을 받지 않고 평안하게 죽을 수 있는가가 오래 사는 것보다 더 큰 관심사가 되었다.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들 중에 치매로 고통을 받다가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에서 장기 입원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있었다면 그

고통이 어떠한지 알기 때문에 본인도 그런 전철을 따라갈까 봐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부고를 전하는 지인에게 애도(哀悼)하는 말보다 갑자기 돌아가신 것을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비록 혼자 살다가 돌

아가셨지만 고통 없이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 당사자나 자녀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말이

생각보다 먼저 나오게 된 것은 평소에 자신도 그런 죽음을 소망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제 문상(問喪)을 하러 갔는데 상주를 보고 인사를 ‘다행이다’로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마도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본다.

 

70이 넘은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죽음의 형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먼제 생각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을 미리 해 보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거나 자식 등 관계자들에게 유언 비슷하게 남겨 두면 자녀들이 어떤 결정을 할 때 마

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무의미한 생명 연장의 거부나 더 나아가서는 존엄사나 안락사 등의 결정이 필요할 때 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삶과 죽음에 대해서 먼저 성찰을 해서 죽음이라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에게 축복이라는

이해의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어떻게 죽을까에 대한 고민은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이 세상의 어떤 것도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지 않겠는가.....

생사의 문제를 초월한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초월하지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살만큼(?) 사신 분이 자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은 다행(축복)입니다.

아직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런 부모를 모신 자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

아질 것이고 그 말이 공감대를 넓혀 가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