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떡집에 떡을 사러 가면서 운전을 하는데 방송에서 ‘추석에 송편을 먹는 사람은 별 볼일이 없는 조상을 둔 사람이고 조상을 잘 둔 사람은 기내식(機內食)을 먹는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추석에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어제 하루만도 11만 명이 떠나서 기록을 경신하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수십만이 외국으로 떠나거나 떠났을 것이다.
아마도 추석이라고 고향으로 가는 사람이나 고향에 도착해 있는 사람들은 별 볼일이 없는 조상을 두었거나 부모님이 시골에 살아계시거나, 아니면 소위 수구(守舊)꼴통이거나이다.
그 반면에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떠나거나 국내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고향이 있고 부모가 있었을 것이나 그 사람들은 전통의 계승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전에 같으면 조상의 제사를 모시지 않고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천하에 몹쓸 놈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기존의 모든 것들도 따라서 변하게 되는데 그 중에 가장 먼저 변하게 되는 것이 가치관과 전통 같은 것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신다고 하면 천하에 호로자식이라고 욕을 먹었지만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게 생각들이 바뀐 것이 체 십년이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본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탄들은 많이 했을 것이다.
세상이 어찌 이리도 야박하게 돌아가는가 하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편리를 추구하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문구 씨의 소설이었던가 누구의 소설인가 작가는 불확실한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자신이 사는 서울로 모시고 와서 서울에서 장례를 치루는 것에 대해서 불효라고 꾸짖는 내용이다.
요즈음 같으면 이런 내용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옮기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때였기 때문에 그런 소설을 쓴 것이다.
시신을 옮기는 것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인지 아닌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만약 그것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 지금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작은 병원에서 돌아가시면 큰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관습이나 풍습 전통 이런 것들도 결국 현실에 맞게 변형이 되거나 사라지게 되는 것이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다.
제사 같은 것도 몇 대를 한 날에 모아서 자손들이 모이기 좋은 날을 선택해서 지내기도 하는 것이 행해지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제 제사 자체도 수십 년이 지나지 않아서 지내지 못하거나 지내지 않게 될 것이다.
자녀가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가 없거나 하나밖에 없는 집들이 태반일 것이니 전통이 유지되는 것이 불가능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습이나 풍습 전통 이런 것들이 사라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바뀌면서 핵가족화가 되거나 단일가족화가 되기 때문에 공간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로는 글로벌화가 되면서 지구촌이 소위 일일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의 가치관이나 문화들이 혼합되면서 전통적인 가치관이나 관습들이 희석되어 그것들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 뿐 아니라 필요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전통의 가치관이나 관습이나 풍습을 유지하려고 하더라도 결국 한계에 도달하게 되며 결국은 흘러가는대로 둘 수밖에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세대가 살았던 시대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의 공유(共有)와 공감(共感)이 사실 어렵다.
마찬가지로 우리와 우리의 다음세대가 살아가는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의 공유와 공감 또한 어렵기 때문에 전통의 가치관이나 관습이나 풍습이 계승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풍습이나 관습은 전통의 가치관을 유지계승하는 방법인데 전통의 가치관 자체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풍습이나 관습의 계승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개인의 삶이나 인류 전체의 삶에 대해서 거시적(巨視的) 안목으로 바라보게 되면 전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애달아 할 필요도 없고 안타까워 할 필요도 없으며
비난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현재의 모습대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위적으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멈출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이다.
이제 점점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따라서 가치관도 빠른 속도로 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 변화의 속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한다면 세상을 한탄하다가 인생을 끝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님의 세대는 부모님의 세대로의 삶이 있었고 가치관이 있었으므로 그것을 현재 우리의 잣대로 판단해서 그 삶을 비판하거나 가치관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다음 세대는 그 세대로의 삶이 있고 가치관들이 형성될 것이므로 현재 우리의 가치관과 우리의 삶을 잣대로 그들을 비판해서도 안 된다.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가는 사람이 수십만이 아니라 수백만이라고 하더라도 열 받을 필요 없다.
기존의 가치관을 새로운 가치관이 대신하고 기존의 전통이나 관습은 새로운 전통이나 관습이 대신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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