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잘 살아가는 이야기

단식(斷食)에 대해서..목숨을 건다는 의미인데...

뿅망치 2023. 9. 13. 22:29

상대적으로 약자인 쪽이 상대적으로 강자인 쪽에게 자신의 목적을 알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수단은 적극적인

방법과 소극적인 방법이 있을 것인데 그중에서 단식은 소극적인 방법이다.

다른 적극적인 방법으로 폭탄테러 등 폭력을 사용하거나 대중을 선동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단식은 소극적인 방법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건다는 의미가 있으니 함부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단식을 알린다는 것은 죽기를 각오하였다는 뜻이 섰을 때일 것이다.

목숨을 걸지 않고 단식을 시작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어머니에게 밥 안 먹겠다고 떼를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단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수양산에서 굶어 죽은 백이숙제(伯夷叔齊)를 떠올리게 된다.

백이숙제는 은나라 말기의 사람으로 은나라가 주나라에게 망하자 은나라를 멸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산에 들어가서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 죽었다. 후세사람들이 그 정절을 기려서 비석을 세웠는데 조선시대의 성삼문이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

면서 그 비석을 보고 아래 시조를 읊었더니 그 비석이 땀을 흘렸다고 한다.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백이 숙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대 채미(採薇)를 하난 것가?

비록 푸생귀라 하더라도 그 나라 땅에서 난 것이거늘“

 

이 시를 보면 차라리 단식을 하고 굶어 죽지 치사하게 고사리를 뜯어먹었느냐 고 나무랐더니 비석이 부끄러워서 땀을 흘렸다고 한

다.(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임)

 

최익현 선생님과 황 현 같은 분은 우리나라가 일제에 합병을 당하자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여 단식을 하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성삼문의 시조에 백이숙제가 부끄러워 비석이 땀을 흘릴 만하다.

 

1981년도에 북아일랜드의 젊은이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해서 IRA 의 대원이었던 보비 샌드는 벨파스트의 감옥에서 66일을

단식하고 숨졌는데 그 때 나이가 27세였다. 그와 같이 감옥에 있던 IRA 대원들도 같이 단식에 동참을 하여 20대의 꽃다운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위의 사람들은 죽기로 각오하고 단식을 하다가 결국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단식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선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을 하다

가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모독하는 사람들이다.

정말 그런 각오가 아니라면 단식을 시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목적을 가지지 않고 시작하는 단식은 다른 사람을 기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도 단식의 역사가 최근에도 있었는데 2007년도 한미 FTA 협의가 막바지일 때 정치인들이 한미 FTA의 반

대를 위해서 단식을 했었다.

그들이 단식을 하는 명분(名分)은

 

졸속 협상으로 불리한 협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 국민과 더불어 정치권에서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므로 유리한 협상을 하다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협상을 반대하는 그 세력에 동참하는 것을 보여줌으로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였었다.

 

그런데 그들이 단식의 의미를 정말로 알았다면 감히 단식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식은 목숨을 건다는 의미인데 그들의 목적에 맞지 않게 협상이 타결되면 결국 끝까지 가서 굶어 죽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생각

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단식을 한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았거나 단식의 의미를 알았다면 감히 단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다.

단식이 아닌 삭발 정도가 맞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 한미 FTA 협의가 왜 단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한미 FTA 협의가 나라를 팔아먹는 협상인가?

 

지금은 많이 물갈이가 되었지만 예전의 우리나라 정치인들치고 단식 한 번 못해 본 사람은 정치인 축에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식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다른 나라의 정치인들도 단식을 하는지 궁금하다.

 

본래 단식은 약자가 강자에게 저항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다른 수단이 없을 때 목숨을 거는 행위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의 정치판도가 목숨을 거는 단식을 통해서 저항해야 할 정치환경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나만 그렇게 생

각하는지....

 

단식은 단식을 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 시작하는 것이며 시작한 단식은 멈출 수가 없는데 왜 그런가 하면 단

식의 목적은 달성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죽었고 구한말의 의인들이 그렇게 죽었다.

따라서 단식을 시작하면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 단식의 결론인 셈이다.

 

우리는 지금 뉴스에서 단식을 하는 정치판을 지금 보고 있는데 지금의 정치판은 단식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약자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가.

우리는 아직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가....

현대의 정치판에서 단식을 하는 것을 보아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단식을 하는 사람이나 국민들이 단식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