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잘 살아가는 이야기

행복한 기다림에 대하여...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지?

뿅망치 2023. 10. 4. 18:45

2019년도에 다른 카페에 올린 글을 보다가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를 점검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런

마음으로 사는지 궁금해서 올리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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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 때 추석이나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행복해 했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날은 자신에게 즐거운 일이 생길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날이 손꼽아 기다려지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먹어 보지 못하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명절 때나 되어야 얻어 입을 수 있었던 신발이나 양말 옷 등을 얻어

입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절 대목 밑 장터에 다녀오는 부모님의 보따리에 어떤 선물이 있을까를 기다리는 설렘은 요즈음 아이들은 이해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때 모든 것이 부족해서 그렇게 살았던 우리들이 불행한 것인지 너무 풍족해서 명절의 즐거움도 모르고 사는 요

즈음의 아이들이 불행한 것인지....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즐거운 날을 기다리는 기간은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아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런 기간은 인

생에서 행복한 기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쁜 일이 아닌 반대의 일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것을 기다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름대로 비슷한 기억들이 있겠지만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무 이유도 없이 선배들이 토요일 교실로 찾아와서 월

요일 몇 반 교실로 오라고 통보를 하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좋은 말을 하려고 부르는 것이 아니고 불러서 트집을 잡아서 때리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

일 그리고 월요일 오전을 보내는 시간은 참으로 괴로운 시간이다.

때릴 일이 있으면 그냥 불러다 때리면 될 것인데 일부러 토요일 통보를 하는 것은 3일 동안 고통을 주겠다는 의미

로 참으로 악랄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인간들이니 후배를 불러다 패겠지만.....

괴로운 기다림의 기억이다.

 

공무원을 하게 되면 자신의 한 일에 대해서 상급기관의 감사를 받게 되는데 우리는 감사원 감사를 1년에 한 번

씩 20여일 씩 받았다.

감사가 한 달 전쯤에 통보가 오게 되는데 그런 통보를 받게 되면 그날부터 밥맛이 없어진다.

업무적으로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 기간을 견디는 것이 힘들고, 행여 잘못되어서 징계를 받게 되면 지방으로 전출을 가거나 파면까지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정된 괴로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기

다림의 기억이 아닐 수 없다.

 

삶 가운데서 즐거운 기다림과 괴로운 기다림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모든 사람의 삶일 것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다

고 하더라도 즐거운 기다림 보다는 그렇지 못한 기다림이 더 많은 것이 인생이다.

집안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날은 기쁨 속에 기다리게 되지만 이별을 해야 한다든가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환자가 있다면 그 반대의 감정으로 그 날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런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일부러라도 즐거운 기다림을 많이 만드는 것이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거나 조금이아라도 더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별것도 아닌 일이나 만남에 대해서 즐

거운 기다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매달 이번 달에는 어떤 만남과 모임이 있고 어떤 여행이 계획되어 있으며 어떤 행사가 있는가를 보고 그 날을 기다

리는 것이다.

형제들과의 만남이나 동창들과의 만남, 한 달에 두 번 가는 산악회, 형제들이나 친구들끼리 가는 해외여행이나 혼

자 가는 배낭여행,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식, 아주 친한 세 명이서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술을 먹고 즐겁게 노는

날... 등 등

이런 날을 기다리다가보면 한 달 그리고 일 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계획하고 기다릴 때가 가장 행복한 기다림인데 금년에는 어디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이라

는 것을 정하고 그 여행날짜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는 것이 어렸을 때 명절을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우리가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기다리고 있는데 죽는 날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음을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부정하거나 회피해 보려고 하지만 그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날에 대해서도 그렇게 두려움 속에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뒤집기로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나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뒤집기로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는 아니지만 그렇게 겁을 먹고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 사건은 나의 인

생에 있어서 참으로 흥미진진한 사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은 내 생애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니 얼마나 흥미진진한 사건이겠는가?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세상이 있어서 육신은 죽더라도 의식이 살아 있어서 새로운 세상으로 간다면 소위 일생일대

의 대박인 사건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격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니....

우리는 살면서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 많이 듣게 되는데 그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이니 생각

하기에 따라서는 참으로 기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미국이 그렇고 그런 나라이지만 몇 십 년 전만 해도 미국은 물자가 풍부해서 가난하게 살던 우리에게는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던 나라이다.

그런 말로만 듣던 미국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한다면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천국과 같은 미국에 가기로 예정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가는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손

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죽음이라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는데 그 때가 40대 중반이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는 순간 세상이 참으로 살기가 편해지게 되었는데 그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나 스스로에게 참으

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날을 두려움 속에 기다리는 사람과 그 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의 사고

방식과 생활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천국이 그렇게 좋다는데...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으니 재수가 좋으면 천국에 갈 것이고, 재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옥은 가지 않

을 것이니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전공은 아니지만 신학이나 종교에 대해서 좀 알다가 보니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사를 홀가분하게 끝내고 이제는 형제들을 언제 초청해서 얼굴을 볼까 하는 것도 즐거운 기다림이다.

그리고 이달에 계획되어 있는 캐나다 여행과 7월에 계획되어 있는 중앙아시아 배낭여행을 기다리는 것도 즐거운

기다림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어려 행사들과 모임들, 만남들에 즐거운 기다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 그만큼 평범한 시

간도 행복한 시간으로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평범한 시간을 줄어들 것이니 그렇게 사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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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캐나다 여행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크로아티까지 다녀왔고 그 이후로도 많은 곳을 다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