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옆집에 살다가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옆집의 아주머니는 파지를 주었다.
일삼아 파지를 줍는 것은 아니고 밖에서 집에 들어오는 길에 파지 같은 것을 주워서 와서 판다고 하였다.
그 집은 소위 서초구에 집에 3채 정도 있는 사람으로 집이 가난해서 줍는 것이 아니라 그런 알뜰한 생활이 몸에 배인 사람이어서라고 한다.
그 파지를 주워서 살림에 보태 쓰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파지를 주워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수군거림을 받았는데
‘먹고 살만한 사람이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지금은 같은 동네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 사람의 삶을 보고 알뜰하게 사는 것이 무엇이 어때서 본받을 만한 사람이구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먹고 살만하면 그에 맞게 살지 궁상맞게 그것이 무엇이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2
동내 새마을 이발관에서 머리를 깎은 지가 20여년이 넘는데 이발사는 70이 훌쩍 넘어서 80줄에 들어선 사람이다.
자주 가다가 보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사이가 되어서 살아온 이야기부터 집안 이야기들을 하기도 한다.
머리를 깎을 때는 깎을 때가 되어서 깎기도 하지만 집안에 행사가 있거나 여행을 할 때 깎으러 가는 경우가 많아서 머리를 깎으러 가면 여행을 가느냐와 어디를 다녀왔는가를 꼭 물어 본다.
마침 이발관 앞으로 덩치도 조그많고 80이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파지를 실은 리러카를 끌고 가는 것을 보았는데 동네에서 가끔 보이는 할아버지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 파지를 줍는 인생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더니 이발사 아저씨가 충격적인 말을 한다.
‘그게 아니고 저 사람은 빌딩(아마도 그렇게 크지는 않겠지만) 몇 개가 있고 아주 잘 사는 사람인데 마누라 등쌀에 파지를 줍는다는 것이다.
집에 놀면 뭐하느냐고...
헐~ ~ ~
그 할아버지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파지를 지금도 줍고 있다.
왜 그렇게 마누라 눈치보고 사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놀면 뭐하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3
작장을 다닐 때 사무실 근처에 노부부가 사는데 그 노부부가 사는 곳은 일반 가정집이 아닌 움막 비슷한 곳이었고 집 밖에 주워온 파지를 쌓아 놓고 살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정리를 하여 팔아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살이 에이는 듯한 추위에도 부부가 리어카를 끌고 밀고 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노후 준비가 안 되면 저렇게 밖에 살아갈 수가 없겠구나와 오래 사는 것은 치욕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마도 지금은 15년 전쯤의 일이니 지금은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서 파지를 줍는 사람으로 위의 두 사람들과는 다른 파지줍는 사람으로 파지를 줍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일 것이다.
4.
매스컴에서 파지를 주어서 이웃에 기부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 사람의 살림이 어떤지는 못 들었는데 기부를 하는 행위는 칭찬 받아서 마땅하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 행위가 정말 칭찬 받아 마땅한 행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이다.
폐지를 주워서 기부를 하는 행위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데 웬 시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할까?
기부를 하는 행위는 칭찬 받아서 마땅하지만 그 사람의 재산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그런 행위는 사실 그렇게 칭찬할 만한 것이 못된다.
기부행위는 칭찬 받아서 마땅하지만 파지를 줍는 행위는 칭찬받을 만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파지는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파지를 주워서 생계에 보탬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파지는 그냥 버려지지 않고 그 사람들이 주워간다.
그렇기 때문에 기부를 할 생각이 있으면 파지를 주워서 기부를 하지 말고 자신의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구약성서 ‘룻기’ 에 보면 과부인 나오미(예수의 직계 조상)라는 여자와 역시 과부인 그 시어머니가 보아즈라는 부자의 밭에서 이삭줍기를 하는 내용이 있다.
추수를 하면 추수하고 남아진 낱이삭은 줍기 않고 가난한 사람들이 주워 가도록 했었던 모양이다.
소위 이삭줍기를 하게 하는 것이다 성문법인지 불문율인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았지만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이다.
만약 그 밭주인이 흘린 이삭을 주워서 기부를 하는 선행을 했다면 과연 칭찬 받을 만한 일인가?
정말 기부를 할 생각이 있으면 불쌍한 사람의 몫인 흘린 이삭을 주워서 기부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산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기부를 하는 행위나 그런 마음을 먹는 것은 분명히 칭찬 받아서 마땅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폐지나 고물 같은 것을 주워서 기부하는 행위가 옳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수고를 더하기는 했지만 가난한 사람의 생계의 몫을 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메스컴을 보다가 파지를 줍던 우리 옆집 아주머니와 아직도 파지를 줍고 있는 동네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나이가 들면 눈에 보이는 것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사건 이면에 있는 것도 볼 줄 알게 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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