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북촌쪽으로 갈 일이 있어서 헌법재판소를 지나가는데 피켓을 든 사람들이 서 있어서
낙태죄유지와 낙태죄 패지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출되어 4월 중에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지금
찬성과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각각 집회와 대모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낙태죄 유지판결을 내리면 여성단체들에게서, 낙태죄 폐지판결을 내리면 종교계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양쪽에서 항의를 받을 것이니 고민스럽겠지만, 간통죄가 폐지되었던 것처럼
보완조치를 하고 낙태죄도 폐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낙태는 죄로 규정하여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낙태수술을 한 의사는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2017년도 낙태건수는 5만 여건이었으나 이는 공식적인 숫자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낙태 숫자를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2010년도 즈음에는 20만 건이 넘었으니 그래도 많이 줄어들었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가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게 되면 반드시 종교계와 여성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입장에 있는 단체들은 언제나 대립각을 세워 왔었다.
종교계에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태아를 인간으로 보기 때문에 낙태를 살인으로 보아서
반대를 한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에는 태아를 인간으로 보고 있는지 아닌지가 궁금해지게 되는데...
낙태를 법으로 금해서 처벌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니....
어떤 사람이 임산부를 다치게 해서 태아가 유산을 하게 되었다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상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그 증거인 셈이다.
그러면 궁금한 것이 언제부터 태아를 사람으로 보는가가 될 것인데 2009년도에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은 ‘뱃속의 태아가 태어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진통을 하기 시작할 때’로 그 이전에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판결 때문에 종교계에서 반발을 한 적이 있었다.
왜 하필 진통이 시작될 때를 사람으로 보고 그 이전에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인가?
대법원에서 태아를 사람으로 보는 시기를 주기적 진통설로 보는 것은 형법(刑法)의 입장에서
본 것이라고 한다.
곧 형사 소송에 관한 판결과 관련되어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민법(民法)에서는 주기적 진통이 시작되는 때가 아닌 어머니 배 밖에 완전히 나왔을 때를
사람으로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법(稅法)에서는?
임신이 된 것을 아는 때부터 사람으로 본다.
그러면 법에 따라 사람으로 보는 시기가 달라지는데...
이것은 법의 목적에 맞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형법에서는 주기적인 진통이 시작될(진통설이라고 함) 때를 사람으로 보는데 이는 태아와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주기적 진통이 시작되고 난 뒤에 병원의 실수로 태아가 죽게 되면 살인이 되지만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는 낙태죄만 되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진통이 시작될 때부터 사람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진통 이전에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은 만약 어떤 사람이 부주의로 임산부를 넘어지게 하여
낙태를 하게 되면 그것을 과실치사로 보지 않기 위해서이다.
곧 다른 사람의 인권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민법에서는 태아가 뱃속에서 완전히 나왔을 때(전부노출설이라고 함)로 하는 것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주된 판단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이니 법에서 사람으로 보는 것은
태어나는 시점부터 사람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세법에서 태아를 사람으로 보는 것은 상속세법에서 태아도 상속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에
태아를 사람으로 본다.
태아가 제일 먼저 사람대접을 받는 것은 세법에서인 셈이다.
그렇다면 종교계에서는 언제부터 인간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게 될 것인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교계에서는 대부분이 수정이 되는 순간 생명이 시작되니 그 때부터
사람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특히 천주교)에서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하고 엄격히 금한다.
종교에서는 생명이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수정란이 자라서 사람이 되니 그렇게 보는 것이다.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고 하는데 정설이
있을 수가 없다.
정자와 난자의 수정시기 - 수정설
수정난의 자궁 착상시기 - 착상설
착상 태아의 심장 박동시기 - 박동설
태아의 독립적 운동 시작시기 - 운동설
신체기관 형성의 완료시기 - 형성설
출산 전, 부정기적인 진통의 시작시기 - 부정기진통설
출산전, 주기적인 진통의 시작시기 - 주기진통설
출산을 위하여 자궁경부의 확장시기 - 출산개시설
출산 시작 후 태아의 신체 일부가 산모의 몸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 - 일부노출설
태아가 산모의 몸 밖으로 완전히 나온 시기 - 전부노출설
산모 밖으로 적출된 태아가 독립적으로 호흡을 시작하는 시기 - 독립호흡설 등
모든 이런 설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육신과 영혼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태아를 인간으로 보기 위해서는 언제부터 영혼이
태아의 육신에 깃드는가를 알면 되는 일이다.인간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면
이런 설들이 등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니..
그러면 언제부터 사람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그것은 인간을 만든 신에게 물어보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신에게 물어 볼 사람도 없고 어떤 사람이 물어 보아서 그 답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것을 믿게 하기가 힘들 것이니 현재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서 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은 법대로 종교는 종교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을 정하여 그렇게 보는
것이니 법에서 보는 시점과 종교에서 보는 시점이 서로 다른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법에서는 태아를 다른 사람과의 법적인 관계만 고려하여 판단하는 반면 종교에서는 인간이
영적(靈的)인 존재라는 것을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종교계에서 태아를 언제 사람으로 볼 것인가의 판단은 태아가 언제 영적인 존재로 볼 것인가의
판단의 문제이다.
종교계에서의 보는 사람의 기준은 영과 육이 결합된 존재를 사람이라고 보며 태아에 영혼이
깃드는 시점이다.
곧 영혼이 깃드는 시점이 사람으로 보는 시점이 된다.
그런데 그것도 종교마다 그 판단의 기준도 각각 다르니 일반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천주교에서는 수정 시부터 보기 때문에 낙태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개신교나 불교에서도 비슷할 것 같지만 낙태에 대해서 자유로운 것을 보면 어떤 기준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황우석 박사가 수정란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종교계마다 찬성과 반대를
달리 했었는데 천주교에서는 결사반대를, 개신교에서는 반대를 하였지만 방관자의 입장이었고,
불교계에서는 찬성 쪽에 섰던 적이 있었다.
종교마다 수정란을 보는 관점이나 수정란이 인간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다고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종교에 태아를 언제 사람으로 볼 것인가의 따라 사람이 되는 것의 시점이 달라 질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 영적인 존재이고 영혼이 영원한 존재이며 태아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한다면 낙태나
유산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비록 태아지만 그 육신에서 떠나간 영혼은 태아의 영혼 그대로 영원히 살 것이니....
그리고 만약 죽어서 가는 곳이 있어 그 태아의 어머니가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그 태아의
영혼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머니는 그 태아가 어머니에게 왜 나를 죽였는가 하고 물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것(곧 영혼이 있는 존재)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무지하기 때문에 자신이 영적인 존재인지 아닌지를 자각하지 못하고 살지만 인간은 영적인
존재임은 분명하다.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자신에게 영혼이 없다고는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아니겠는가
태아를 인간으로 보기위해서는 태아가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것은 종교계에서
입증을 해야 하는 문제이다. 종교계가 전문분야이니...
태아에 영혼이 깃드는 시점이 언제인가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면 헌제나 대법원 앞에서 대모를
할 필요가 없을 것 아니겠는가?.
난자와 정자가 수정을 하게 되면 12~15시간 뒤에는 세포분열을 시작하여 280여일 만에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수정을 하면서 영혼이 깃드는 것인지..
신경계가 생기면서 깃드는지..
심장이 생기면서 깃드는지..
밖으로 나와서 처음 호흡과 동시에 호흡을 통해서 깃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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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은 태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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