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첫째 셋째 목요일날 동네 산악회에서 등산을 가는데 지난 목요일이 시산제를 지내는 날이어서
이 산악회에 7년 정도 얼굴을 비친 인연으로 비가 오더라도 참석을 해야만 한다.
포천에 있는 종자산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비는 오지 않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다행히 비는 맞지 않았지만 임구에서부터 산정상까지 안개속을 걸어 올라갔다.
안개 속에서 산길을 걷는 것은 별로 기분이 좋은 일도 아닐 뿐더러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반드시 같이 어울려서 걸어야 하며 혼자 먼저 가거나 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이런 날에는 음기(陰氣)가 성하기 때문에 소위 기가 약한 사람은 어떤 것에
홀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요사이는 전기가 많이 들어와서인지 도깨비도 다 도망을 가고 홋진 곳에 지키고 있던 귀신들도
다 없어졌는데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그런 일들이 많아서 동네 어른들이 시장서 막걸리 마시고
늦게 집에 오다가 도깨비에 걸려서 밤 새도록 산을 헤메다가 옷이 걸래가 되어서 집에 들어오는
일들이 가끔 있기도 했었다.
우리 일행 중에 발걸음이 빠른 사람이 혼자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12년 전 할머니 산소에
가다가 무엇엔가 홀려서 어머니와 아들 나 세 명이서 결국 산소에를 가지 못한 사건이 생각이 났다.
좀 깊은 산이기는 하지만 일년에 한 두 번을 가던 곳이기 산길에 외길이어서 길을 잃어버릴 곳도
아니고 길을 잘못들 리가 없는 곳인데 결국 길을 찾지 못하여 돌아온 왔었던 사건이다.
어쨌든 날씨가 음산하고 안개가 많이 낀 날은 혼자 산에 가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몸이 안 좋거나 심신이 미약할 때는 더욱 그렇고.....
아래는 그 때 2007.6.30일 사건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뒤에 내 이야기를 들은 막내동생이 확인을 하러 가서 그 원인을 나름대로
알아내고 왔었다.
궁금하신 분만 읽어보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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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시골에 가서 참으로 희한한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그 일로 인해서 혼란스럽다.
시골에 83세의 어머니가 혼자 계시니 자주 찾아뵈어야 하지만 전화 통화는 가끔 하고 또 집안의
행사 때 가끔 만나 보니 시골에는 자주 가지 못하고 지나 추석 이후로 가지 못했었다.
여태까지 시골에 갈 때 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 때문에 거의 가지 시골에 가지 못했었으나
이번에는 아이들을 아버지 산소에 꼭 데리고 갈 일이 있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아들이 이번 월요일부터 고시공부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여 그렇다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할아버지의
산소에 들러서 공부를 시작한다고 먼저 인사를 드리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지난 토요일 날 시골에 가게 되었다.
공부를 시작하는 것과 산소에 들르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야 손자 잘 되는 것이 인생의 최고의 목적이고 즐거움이니 그저 자나 깨나 손자들
생각을 하는 것은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어서 손자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법관
같은 것이 되는 것이 그 분들의 꿈이었으나 아버지가 손자가 대학에 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본인의 소망이 그러하셨으니 비록 돌아가셨더라도 가능하다면 손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실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공부를 하는 손자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는
마련해 줄 수 있으니 간접적으로는 협조를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어머니는 아버지 산소에 들르면 술을 따르고는 자식들과 손자들의 앞날에 대해서 협조를 하시라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당부를 하신다.
본래 계획은 아버지 산소에만 들러서 인사를 할 것으로 생각을 하고 내려갔으나 그날 저녁에
어머니께서 할머니 산소에도 갔다 오자고 하시는 것이었다.
아버지 산소는 가까운데 있어서 다녀 오시가 쉽지만 어머니에게 시어머니 되시는 할머니 산소는
차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다시 산으로 더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가기가 조금 힘 드는 곳이다.
아들과 집사람은 시골에서 크지 않아서 깊은 산에 가는 것을 겁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라 자신들의
계획 밖의 할머니의 제안에 난색을 표하며 할머니에게 직접 말은 하지 못하고 나보고 아버지 산소에만
자가고 하라고 눈치를 준다.
하지만 어머니가 시어머니인 할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그 무언의 압력을
묵살하고 그러자고 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시어머니를 아주 끔찍하게 생각하시어 할아버지 산소에는 못 가보더라도 할머니 산소에는
반드시 들르게 하시는데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둘째며느리인 어머니를 아주 잘 대해 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신 후에도 할머니가 우리 집을 남다르게 생각하고 계시다고 생각하시며 도움을
많이 주신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어머니가 시골에서 친하게 지내는 점쟁이 친구 할머니가 있는데 그 점쟁이가 말하기를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손자가 공부하는데 도움을 많이 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딸과 집사람은 빠지고 할머니 산소에는 아들과 나 어머니 셋이서만 일요일 아침 일찍 막걸리 한
병과 북어 한 마리를 들고 할머니 산소를 찾아 가게 되었다.
아침 이른 시간으로 그 때가 6월 말경이었으니 장마철로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평소와 같이 차를 산꼭대기에 세워 놓고 산소를 찾아가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추석 때면 식구들이 성묘를 오곤 하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꼭 오는 길이니 길을 잃어버릴
일이나 길을 못 찾거나 할 일이 전혀 없는 길인데 불구하고 평소에 다니는 길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길은 찻길에서 곧바로 산으로 들어가는 길로서 그 근처에는 다른 길도 없으며 할머니 산소까지
중간에 갈라지는 곳도 없는 외통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길에서 한 50여 미터 들어가자 평소에 다니는 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낯선 길이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낫을 들고 앞에 가고 어머니는 뒤에서 오고 아들은 맨 마지막에 따라오는데 어머니께서 뒤에서
말씀하시길 아무래도 길을 잘 못 든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길은 외통길이고 중간에 갈라지는 길도 없으니 길을 잘못 들 리도 없는데 하면서 조금 더 가니
어머니 말씀대로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니다.
그래서 길을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입구로 뒤돌아 가서 우리가 들어온 입구를 보니
평소에 다니는 길이 맞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출발하여 조금 걸어 들어가니 또 우리가 다니던 길이 아니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분명히 입구에서 출발하여 한 50여 미터 들어갈 때까지는 낯이 익은 길인데
조금 더 가면 낯선 길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것인데 이상하게도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이상하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산에 나무가 없어서 산에 가면 하늘이 훤하게 다 보였으나 요즈음은 산에 나무가 우거져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시골에서 자라서 산에 나무하러 거의 매일 다녔기 때문에 산이 무섭다거나 산에서 길을 잃어버릴까봐
걱정을 하는 것들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길을 찾을 수 없다니...
그것도 일 년에 한 번 이상 다니던 길이고 지난 추석 때에도 다녀 온 길인데 길을 못 찾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두 번이나 되풀이해서 왔다 갔다 해보아도 길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 때가 아침 8시 반으로 마음이 불안해서 무엇에 홀리거나 할 시간도 아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담이 세기 때문에 헛것을 보거나 무엇에 홀리거나 할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늘 다니던 길을
못 찾으니 그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을 못 찾게 되자 나는 먼저 집사람과 아들이 할머니 산소에 가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어머니께서도 산소에 가는 것을 못 찾는 것이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셨는지 산소에
가는 것을 중단하자고 하신다.
우리 어머니는 83세가 되시지만 산길을 혼자 다니고 서울이나 부산 전국 어디를 막론하고 혼자
다닐 정도로 아직은 담려고 있고 근력도 있으신 분이다.
또 당신은 시골에서 농사를 평생 지으면서 살았지만 지금도 말씀하시길 당신이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시골로 시집을 와서 농사를 지으면서 한 평생을 끝내지 않고 장관정도는 했을 것이라는 배짱도
크신 분이다.
우리나라의 해방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더 해박하시며, 현재의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
야당의 대권주자들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분석을 하시어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까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더 나아가서 국제정세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구의 온난화 문제까지도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며 비록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내가 보기에도 별나신 분으로 아직은 근력과 정신력이 대단하신
분이다.
그런 어머니께서도 늘 다니던 길을 못 찾는다는 것이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셨는지
"멀쩡한 길을 못 찾는 것을 보니 할머니가 우리를 못 오게 하려고 그런 것 같으니 다음에 동생들하고
다시 오자“고 하시면서 오늘은 그냥 가자고 하시는 것이었다.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할머니가 우리가 오는 것을 싫어해서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그 산에 어떤
위험이 있어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길을 낯설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그냥 우리가 길을 못
찾은 것인지....
산에서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도 길을 못 찾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지만 상식적인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겪은 신기한 일들을 보고 들으면서 신기해하면서 그런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며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 나에게도 그런 일일
일어날 수 있다니.....
왜 우리는 길을 못 찾았을까?
혹시 그때 일시적으로 메뷔우스의 띠 같은 공간이 우리 앞에 열리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할머니가 길을 못 찾게 한 것일까?
아직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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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밝혀낸 비밀은 다음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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