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잘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는 박수부대여...

뿅망치 2019. 5. 9. 23:35

어제 이사를 했지만 전에 살던 집에 정리할 것이 있어서 들렀다가 은행에 가는 길인데, 건물 지하에서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풋마늘을 한 접씩 들고 나온다.

 

그저께도 할머니들이 그곳에서 나오면서 각각 두부를 통판으로 들고 가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마늘만 들고 있어서 아무래도 이상하다.

약장사들이 사무실을 얻어 놓고 할머니들을 훑어먹는 판을 벌린 것이 것 같아서 일부러 마트가 생겼느냐고 물었더니... 한 할머니 왈

우린 박수부대여

쿨내음 진동하게 대답을 한다. 전에는 지하스크린 골프장이었었고 그 다음에는 퓨전음식점을 하다가 문을 닫은 곳인데 약장사들이 그곳에다 전을 벌린 모양이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이런 약장사들은 약만 파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제품도 팔기는 하지만 주로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 등을 주로 파는데 그들이 노리는 타게트가 할머니들이다.

 

동네 할머니들을 놀러 오게 해서 음식도 주고 휴지부터 생필품에서 식품 등 다양한 선물들을 한 보따리씩 안긴다.

그리고 말로 또는 여러 가지 유흥으로 거기에 온 할머니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에 물건을 파는데 처음에는 안 사던 사람들이 손자 같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장사를 한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여서 자신에게 필요한지 아닌지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사게 된다.

 

처음부터 할머니들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유도해서 물건을 파는데 거기에 오는 사람들이 살만큼 샀다고 생각하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지금은 94세로 시골에 가 계시지만 10여 년 전에는 장모님이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었는데, 가끔 들러 보면 휴지나 밀가루 식용유 같은 것들이 있어서 어떻게 생긴 것인가 고 물었더니 놀러 가면 재미도 있고 선물도 주고 하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서 얻어 왔다고 하는데 꽤 오래 다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무엇 사신 것은 없는 가 고 물었더니 다행히 산 것은 없었다고 하는데 모를 일이다.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분이니 몇 십 만원씩 쓸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지는 못했을 것으로, 판을 벌인 약장사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영양가가 없는 손님인 셈이다.

 

자주 그런 곳에 가게 되면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진실처럼 느껴지고 자신들을 대하는 것도 진정으로 대한다고 생각하여 그들을 신뢰하고 마음을 주면서 물건을 사게 된다.

 

할머니들이 물건을 사는 경우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그들이 파는 약이 자신의 몸에 꼭 맞을 것 같은 소위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해서 속아 사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인정에 의해서 선물을 올 때마다 받아 가는데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어야 하니 사게 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참으로 황당한 이유가 되는데... 같이 간 사람에게 기죽지 않기 위해서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A라는 할머니가 50만 원 짜리를 샀다면 B라는 할머니는 50만 원 이상을 사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여 그 이상을 사는 것이다.

약장사들이 A라는 할머니가 물건을 많이 팔아주었으면 A할머니를 칭찬하면서 다른 할머니들의 자식들까지 들먹이면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작전을 싸서 경쟁심을 유발하면, 순진한 할머니들은 거기에 넘어가서 원치도 않는 물건을 사게 된다.

 

네 번째는

그곳에 가면 일단은 정신이 홀라당 날아갈 정도로 즐겁기 때문에 즐겁게 논 댓가로 생각하고 사는 경우로, 체면상 물건을 사 주지 않으면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곳에 계속 가기 위해서 물건을 사는 경우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기꾼들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그곳에서 고가의 물건을 사게 되면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상식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고가의 물건을 사게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만, 문제가 없는지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람들도 많고 피해를 보는 할머니들도 많은데 당국에서는 손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10년도 넘은 이야기인데 시골에 노모가 혼자 사는 사람이 있어서 시골집에 같더니 건강보조식품과 의약품들 그리고 가전제품들이 방에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에 물었더니 약장수에게 산 것이라고 하여 아들이 어머니에게 준 통장의 돈을 확인해 보니 몇 개월 동안 3천만 원이 넘는 돈이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왜 그랬는가 하고 물었더니 그곳에 가면 그 사람들이 자식보다 더 살갑게 대해주고 재미있게 해 주기 때문에 가게 되었고, 갈 때마다 사다가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이 어머니에게 큰 소리도 못하고 말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약장사들이 자식들보다 더 살갑게 할머니들을 대해주니 주머니 끈을 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곳에 가서 말도 안 되는 물건들을 사 온 분들은 없겠지만

이런 곳은 처음부터 발을 들여 놓으면 안 되는 곳이다.

이곳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은 카지노에 구경을 가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처음에 가게 될 때는 한 동네에 사는 할머니들을 따라서 가게 되는데 한 번 가서 재미있고 선물도 받아 오고, 두 번 가서 재미있고 선물도 받아 오다가 보면 결국 물건을 사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 중에는 심지어는 몇 백만 원어치도 사는데 이런 사람들은 바람잡이이다.

무슨 여기에 바람잡이까지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약장수라면 당연히 바람잡이를 세워서 군중심리를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람잡이들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혼자 계시는 노모가 계신 분들은 혹시 이런 곳에 가시지 않는가 잘 살펴 볼 일이다.

그런데 재미를 들리게 되면 자식들이 준 용돈을 홀라당 그들에게 바치게 될 것이니....

 

사람은 나이가 들면 외롭고 판단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의 말은 자식의 말보다 더 잘 듣게 되어 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의 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

 

매스컴에서 가끔 나오는 것들 중에 노인(남자)들이 요양원에서 간병인을 자식이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재산을 자신을 돌본 간병인에게 넘겨주어서 나중에 그 것을 안 자식들이 재판을 하는 경우이다.

인정머리 없는 자식보다 자신을 돌보는 간병인이 더 자식 같아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약장사와 같은 맥락인 셈이다.

 

둘 다 자신에게 친절한 것처럼 대해준 사람들이다.

그들이 돈 때문에 그렇게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판단력이 흐려진 입장에 있는 노인들은 알지 못하고, 설령 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위안이 되기 때문에 물건도 사고 집도 넘겨주고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약장수들이 물건을 파는데 드나드는 나이가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미 물건을 산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곳은 발길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물건들을 공짜로 주겠는가...

2천 원짜리 밀가루 봉다리 욕심을 오래 내면 반드시 수십 배 수백 배 털리게 되어 있는 곳이 그곳이다.

 

우리는 박수 부대여.....”

 

라는 그 할머니...

그런 말을 하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보아 이미 그곳을 오래 드나들었던 사람으로 아마도 그 마늘과 두부 한 판의 몇 십 배 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속여 먹는 사람도 나쁘지만, 온전한 판단력이 없는 사람을 속여 먹는 사람은 아주 질이 나쁜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그들은 사기꾼으로 그들의 벌여놓은 판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이미 손해는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