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양양에서 주문진을 오는 도중에 뜻하지 않게 휴휴암이라는 곳을 들르게 되었다. 양양에서 주문진을 가는데 길가에 있는
휴게소 비슷한 곳에 대형버스들이 서 있고 소형승용차들도 몇 대가 서 있으며 관광을 온 듯한 사람들이 한 무더기 보인다.
서울에서 세무사를 하다가 양양에 팬션을 사서 거기서 살고 있는 후배가 운전을 하였는데 후배에게 저 사람들이 왜 저곳에 있
는가고 물었더니 휴휴암이라는 절이 있다는 것이다. 그 길로 나도 수십번을 다녔는데 이런 절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절 이름이 왜 휴휴암이냐고 물었더니 경치가 좋으니까 한 번 구경을 하고 가자고 하여 들렀더니 정말로
휴휴암이 있고 앞에 바다를 끼고 있는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이다.
그런데 왜 이런 곳을 몰랐는지...
암자(庵子)는 절(寺)에 속해 있는 말사(末寺)로 사찰의 기능을 하기는 하지만 사찰로서의 격식에 맞는 건축물은 없고 주로 기도
를 하는 곳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보인다. 이곳이 어느 절의 말사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암자 주변의 꾸며진 석물(石物)을 볼 때
아마도 어느 절에 속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암자 같기도 하여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절의 유래 같은 내용 들이 나오는 것이 없
다.
(참고로 우리는 절을 절이라고 부르는데 사찰이 왜 절이라고 부르는지는 절에서도 모른다고...없드려서 절을 하는 곳이기 때문
에 절이라고 부른다고 하기도 하고, 소원을 절절하게 빌기 때문에 절이라고도 한다는)
이 암자의 이름이 왜 휴휴(休休)인지도 알 수가 없는데 휴(休)라는 글자가 쉰다는 뜻이니 경치가 좋은 이곳에서 느긋하게 쉬어
가란 뜻으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지는 않았는지...
이곳에는 암자 앞에 평평한 바위도 유명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아마도 이곳에 사시사철 바위틈새를 까맣게 뒤덮고 있는 황어
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늘도 황어떼가 새카맣게 몰려 있다. 아마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암자에서 황어의 먹이를 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참고로 황어는 바다 고기 중에는 제일 맛이 없는 고기 중의 하나로 아무도 잡아 먹지 않는 고기이다.)
그러다가 보니 사람이 잡아가지도 않고 황어의 사이즈가 너무 크다가 보니 갈매기도 먹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먹이까지 끊
임없이 주니 황어에게는 이곳이 천국이나 다름이 없는 곳인 셈이다.
사람들은 휴휴암이라는 절이 있다고 하면 이런 이름의 절이 어디 있느냐고 반응을 한다고 하며 이곳도 나름대로 동해안에서 유
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경치만 보면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하고 더구나 황어떼를 보는 것도 신기한 구경이기 때문에 이곳을 가 보
지 않은 사람은 주문진에서 양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한 번 들러서 구경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암자에서 해변가를 내려가서 바닷가의 황어떼가 있는 넓은 바위로 가는 길에는 방생(放生)을 하는 고기를 파는 곳이 있
다. 세 마리에 만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동일한 크기의 개체인 것을 보니 양식장에서 가지고 온 것인 듯 하다.
그래도 이곳은 양식장에서 사 가지고 와서 방생을 하는 것이니 본래 방생의 목적에 맞기는 하지만 방생 같은 것을 좀 하지 않으
면 안 되는지....
방생이란 행위가 너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편하다.
방생의 유래는 금광명경의 유수장자품 경전에 나오는 방생(放生)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유수 장자(長者)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두 아들을 데리고 어느 큰 연못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못은 오랜 가
뭄으로 인해 물이 말라 많은 고기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이것을 목격한 유수장자는 물고기들의 고통을 헤아려 두 아들과 함께
마을로 되돌아가서 물을 날라다 고기들을 살렸다.
나중에 유수는 그 공덕으로 인해 십천천자(十千天子)로 환생하였다. 라는 내용 때문이라고 하는데......
방생에 대해서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방생의 모순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태 때문이다.
지금은 방생을 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지만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방생 때문에 생태계가 교란되는 문제도 발생하였고 윤리적
인 문제도 야기된 적이 있었다. 붉은귀거북을 대거 방생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토종 거북이인 남생이들이 멸종위기에 처하기
도 하였다.
그리고 방생을 위한 물고기를 잡아서 방생을 하는 사람에게 팔면 방생을 하는 사람은 강가에서 방생을 하고, 그 방생된 물고기
를 또 잡아서 방생하는 사람에게 팔고....이런 행위를 되풀이 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비판을 하자 불교 내에서도 이런 방생
은 못하게 하였는지 이런 방생을 하는 것을 지금은 보지 못하게 되었는데 은밀히 하는지 아니면 이런 방생은 중단을 하였는지
는 알 수가 없지만 어쨌떤 이런 방생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사실 방생이라는 이런 행위 자체도 없어저야 할 폐습인
셈이다.
그리고 휴휴암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확 띄는 석조물이 관음보살상과 18나한(羅漢)상인데 그 상들이 입술이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인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최고경지에 도달한 사람으로 성자(聖者)가 된 사람들인데 입
술을 붉게 칠해서 좀 괴이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관세음보살은 흔히 여성으로 알고 있는데 보살은 '깨달음을 얻은 존재'로 모두 남자이다. 부처님 당시에만 했어도 인도에서는
여성이 수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따라서 보살이 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초기의 관음보살상은 남자의 모습이었으나 여성
스럽게 변한 것은 기독교의 마리아 때문이라는 설도 있는데 관음보살이 하는 역할이 기독교의 마리아가의 하는 역할과 비슷하
기 때문에 관음보살상이 여성스럽게 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설(說)에 불과할 뿐이지만 하는 역할이
비슷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관음보살상은 매력적인 여성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남성이다.
이런 내용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놀라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관음보살이 남자라는 것을 아는데 여성스러운 붉은 입술을 한 모습이 보기에 불편한 것은 아직 내가 관음보살의 성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 때문일 것이지만....
관음보살상을 보는 사람들은 여자로 착각하지는 않을지....
방생이나 성정체성 등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휴휴암을 들러서 바닷가를 한 번 둘러보면서 쉬어 가는 것도 아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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