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잘 살아가는 이야기

100세에 가까운 노인을 대하는 딸의 입장과 모시는 며느리의 입장은 다르지 않을까?

뿅망치 2022. 10. 15. 00:13

우리집 이야기로 나이 많은 어머니를 둔 딸들과 그 딸들의 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다. 바로 우리집 이야기는 아니고 처갓집 이야기로 장모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97세로 아직도 정정한 편이고 식사 같은 것도 우리와 같이 드시고 가리는 것이 없다.

석 달에 두 번 정도 처가를 다녀 오는데 갈 때마다 뭔가를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간다. 주로 영양식 같은 것이나 영양제 등 건강에 대한 보조식품들이다.

 

본인이 97세이고 며느리가 79세로 큰아들 내외와 시골에서 같이 살고 계시는데 아들은 지극한 효자로 어머니가 건강할 수 있도록 운동도 열심히 시키고 혈행을 위해서 마사지도 열심히 해 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세 명의 딸들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당번을 정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친정 어머니와 통화를 하여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중이다.

 

나는 운전을 해서 처갓집을 가는 입장에서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과 며느리의 입장에서 시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에 대한 양쪽의 입장을 생각하여 지금 딸들이 하는 행동이 과연 잘하는 행동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딸이 어머니 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영양제 챙기고 영양식 챙기고 건강보조식품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하겠지만 며느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마냥 환영할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70세가 넘어가면서 어느새 늙고 허리가 굽더니 지금은 시어머니인 장모님보다 허리가 더 굽어 있어서 보는 것이 안타깝다. 시누이들이 가면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에 대해서도 진심이지만 그 속마음은 과연 어떨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치매가 아니고 아직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100세에 가까운 노인을 모시고 사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고 하더라도 노모 때문에 자유롭게 어디를 갈 수도 없을 것이고 여러 가지 제약이 받는 것이 많을 것이며 더구나 본인도 80 노인인데 100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점점 수명이 길어질 것이니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가 같이 늙어가면서 자식 세대가 먼저 죽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날 것이니 이런 일들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집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무서운 일이다.

 

다행히(다행이라는 말이 이상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80 중반 안에 다 돌아가셔서 요양원 신세도 두달 정도 지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모님 모시는 문제나 병간호 문제로 형제들 간에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으니 불효스럽기는 하지만 부모님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끼리 명절이나 제사 같은 날에 모이면 부모들이 오래 사는 문제로 고통 받는 다른 집안들은 보면서 그런 고통을 주지 않고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감사를 해야 한다고 우스개 소리가 아닌 진심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다시 처가집 이야기로 돌아가서...

 

차를 운전해 가면서 언니와 같이 내 차를 타고 처제와 집사람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앞으로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 같은 것은 그만 사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그런 것을 사 드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어머니를 딸이 모신다면 100살이 넘어 사실 수 있도록 몸에 좋은 것을 아무리 사드린다고 하더라도 괜챦겠지만 모셔야 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 등이 반가울 리가 없지 않겠는가....

 

처음 그 이야기를 듣더니 사위의 입장이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며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처럼 화를 내다가 그럼 입장을 바꾸어서 자신이 며느리의 입장이고 딸들이 영양제 등을 수시로 사 가지고 온다면 어떻겠는가고 물었다.

좀 눈치가 보일 것 같다고 시인을 하길래 식품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그런 것들은 자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가능하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오지랖일 수도 있고 무정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실 만큼 사신 분이고 사실 더 사시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으로 더 오래 사시도록 노력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건강하게 100세를 살고 120세를 산다고 하더라도 다리에 힘이 없어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방에만 있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모르는 사람들 상이에 누워 우두커니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더구나 자식을 앞서는 것을 보게도 될 것인데 더 오래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말을 작년에 했었는데 그 이후에는 영양제 같은 것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을 사드리지 않는다. 올케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공감하고 이제 사실 만큼 사셨기 때문에 언제 돌아가셔도 안타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소망이 있다면 돌아가실 때 고생하지 않고 잠자는 듯 돌아가시는 것 돌아가시는 것이라고 하며 20일 전쯤에 후배의 아버지가 잠자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부러워하기도 했다.

 

사실 70줄에 들어서서 80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우리부모의 세대가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부모가 살아계시는 사람들은 고통을 많이 겪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분들의 부모는 거의 100세 언저리로 대부분 치매로 수년 또는 십 수 년을 모시고 있거나 요양원에 모시는 경우로 오랜 기간 동안 고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시기만 기다리는 이런 상황이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심정적으로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일로 당장 우리의 눈앞에 닥쳐올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인생은 그렇게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면서 살아 간다. 내 년이 될지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사실 받아 놓은 밥상인데도 시침을 뚝 떼고 살아간다.

 

나는 죽는 것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은지가 20여 년이 넘었는데 죽음이 어떤 것인가를 이해를 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어떻게 이해를 하는가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영혼이 있다면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것이 죽는 것이다. 분리가 된 육신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영혼은 어딘지 모르지만 온 곳으로 갈 것이다. 육신과 분리된 영혼은 자유로울 것이고 육신을 유지하기 이한 의식주의 고통이나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을 받을 것이니 늙어서 죽는다는 것은 좋은 일인 셈이다.

 

영혼이 없다면 육신이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이 나기 때문에 육신이 없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니 그 이후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늙음과 질병으로의 고통이 끝나는 것이니 마찬가지로 좋은 일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살 만큼 산 사람이 적당한 때에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닌 오히려 행복한 일이 되는 것 아닌가....

 

집사람에게 장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영양제 같은 것을 그만 드시게 하라는 것도 죽음에 대한 이런 신념이 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딸의 입장에 있는 사람도 있고 며느리의 입장에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양쪽의 입장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 바 각각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